5개 녹음기로 녹음한 영상 편집중에

여의도와 영등포 일대를 걸었습니다.
작년 겨울, 산책길에 바라본 영등포역 철도 위 육교 아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은 적당한 햇빛과 구도가 기차들을 마치 장난감처럼 보이는 착각이 들어, 주머니에 넣고 있던 H1e와 오즈모를 꺼내 촬영하고 녹음도 했었습니다.
이날은 조금 더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육교 중간에 자리 잡고 5대의 포터블 녹음기를 사용해 총 8채널의 녹음을 시도했습니다.
여의도역 철도 육교는 건너편 아파트 단지에서 영등포역으로 이어지는 길이라, 오가는 사람들과 자전거로 분주했고, 육교 밑으로는 영등포역 플랫폼의 소음이 교차했습니다.
녹음기를 설치 하면서 육교를 둘러싼 안전망 때문에, 안전망 하단에 뚫린 좁은 틈으로 기기들을 밀어 넣어야 했습니다. 덕분에 녹음이 진행되는 한 시간 동안 레벨을 확인할 수 없었고, 헤드폰도 들고가지 않아 모니터링을 할 수 없었습니다.
이날은 녹음을 마치고 근처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사진이든 영상이든 사운드든, 캡처된 기록은 웬만하면 당일 편집하지 않는 습관이 있습니다. 남아 있는 기억이 짙을수록 그 기억이 불러오는 착각과 왜곡이 편집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지나, 녹음 파일을 정리하던 중 마주하고 싶지 않은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클리핑이 너무나 심하게 들어 갔더군요. 바람 소리였습니다.

현장에서 모니터링을 하지 않은 잘못 입니다.
DeClipper로 피크를 복구해 봤습니다.

바람 소리로 인한 심한 왜곡이 발생하는 구간들이 있었지만, 다행히 여러 채널로 분리해 녹음한 덕분에 일부 채널에서 그 손상을 상쇄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만큼은 다채널 녹음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마추어 녹음가로서 전문가급의 실력이나 경험을 쌓아야겠다는 큰 욕심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기록하고 싶었던 그 순간의 캡처가, 예상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기록된 것을 볼 때마다 고민하게 됩니다.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만족감과 기록의 본질을 지키기 위해 꼼꼼히 확인하고 모니터링해야 하는, 그 중간쯤 어디에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