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D 녹음의 질감 보존성 : 1비트의 미학
소리를 기록하는 사람들이 현장의 공기라고 말하는 현장감을 사운드로 옮겨오는 것은 극복하고 싶은 과제와 같습니다. 32비트 플로트 녹음이 대중화된 지금도 Sony PCM-D100이 여전히 이동식 필드 레코더의 정점 혹은 끝판왕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DSD(Direct Stream Digital)라는 독특한 기록 방식에 있습니다.
DSD는 소리를 숫자가 아닌 질감으로 바라보는 방식에 있습니다. 흔히 접하는 PCM(WAV) 방식이 소리의 높낮이를 일정한 계단 형태로 촘촘히 쌓아 올리는 것이라면, DSD는 소리의 변화를 오직 밀도의 차이로만 기록합니다. 2.8MHz에 달하는 압도적인 스캔 속도로 소리의 파동을 점을 찍듯 더욱 촘촘히 묘사 합니다.
이 방식이 주는 선율은 매끄러운 질감 입니다. PCM 방식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디지털 필터 처리는 소리의 끝을 딱딱하게 만들거나 미세한 위상 왜곡을 일으킵니다. DSD는 이 과정을 아날로그적인 완만한 방식으로 대체합니다. 덕분에 사찰의 대형 종소리나 자연의 미세한 떨림처럼 섬세한 잔향이 중요한 소리에서 DSD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합니다.
192kHz WAV와 DSD를 기술적으로 보면 192kHz 샘플링 레이트의 WAV 파일은 엄청난 정보량을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청감상 느껴지는 자연스러움의 영역에서는 단점이 되기도 합니다. 192kHz 직녹음이 소리를 아주 날카롭고 분석적으로 묘사한다면, DSD는 공간의 깊이와 소리의 여운을 훨씬 더 입체적으로 재현해냅니다.
| 구분 | PCM (Pulse Code Modulation) | DSD (Direct Stream Digital) |
| 기록 방식 |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소리의 높낮이를 측정하여 숫자(값)로 기록 | 소리 변화의 흐름을 오직 0과 1의 밀도(1-bit) 차이로만 기록 |
| 파형의 형상 | 계단을 쌓아 올린 듯한 불연속적 곡선 (양자화 구조) | 수많은 점이 모여 선을 이루는 부드러운 아날로그적 곡선 |
| 샘플링 속도 | 최대 192kHz (초당 19만 2천 번 측정) | 2.8MHz (초당 282만 2천 번 측정 / CD의 64배) |
| 주파수 특성 | 설정된 대역에서 칼같이 소리를 자르는 필터 사용 | 가청 대역 밖으로 노이즈를 밀어내는 완만한 필터 설계 |
| 청감상 질감 | 소리의 경계가 명확하고 해상도가 높음 (분석적) | 소리의 끝이 매끄럽고 여운이 자연스러움 (음악적) |
| 적합한 피사체 | 보컬, 타악기, 정밀한 믹싱이 필요한 상업 음원 | 사찰의 종소리, 자연의 잔향, 클래식 악기 |
PCM-D100에서 DSD 모드로 녹음한 뒤 176.4kHz WAV로 변환하는 과정은 흥미롭습니다. DSD 2.8MHz 데이터는 44.1kHz 계열의 64배 정배수 관계에 있기 때문에, 176.4kHz로 변환할 때 수학적 오류가 최소화됩니다. 이렇게 변환된 파일은 일반적인 PCM 직녹음에서는 느끼기 힘든, DSD 특유의 부드러운 공기감을 고스란히 품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질감이 모든 녹음에 표현되지는 않습니다. 부드러운 잔향이 수십초 동안 공간감을 형성하는 소리에서 더욱 풍부하게 느껴 집니다.
DSD 녹음은 분명 번거롭습니다. 왠만한 사운드 편집 프로그램에서는 DSD 음원 파일을 직접 편집할 수 없어 편집이 필요할때는 변환과정을 거쳐야 하고, 파일 용량도 WAV 보다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1비트의 기술은 그것이 현장의 온기를 보존할 수 있는 효율적인 기록 방식이기 때문 입니다.
여러 기록 방식들 중에서도 소리는 형상화된 물질이 아닌 기록자에게도 감각으로 기억하게 됩니다.
녹음 파일 정리중에 코로나가 한참이던 2020년 3월, 어느 바닷가에 서서 녹음 했던 바람 소리를 들으며 그날 걸었던 모래사장의 발자욱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날에는 아무 감정도 없었고 인식조차 하지 않았던 발자욱이, 녹음된 소리를 통해 3자의 시선으로 기억을 들춰 내는 과정 이었습니다.






